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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패션

비건 패션의 리세일 시장 가능성: 중고 비건 아이템은 가능한가?

by global-ad 2025. 4. 27.

 

순환경제와 비건 패션의 만남: 리세일은 모순일까, 진화일까


비건 패션이 지속가능한 소비의 상징으로 떠오른 가운데,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중고 비건 패션’, 즉 비건 의류 및 액세서리의 리세일(resale) 가능성입니다. 기존 패션업계에서는 리세일 시장이 자원 낭비를 줄이고 의류 수명을 연장하는 주요 전략으로 자리 잡았으나, 비건 패션의 경우에는 다소 복잡한 윤리적 질문이 동반됩니다. “한 번도 동물성 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만 리세일할 수 있는가?”, “비건이었던 소비자가 착용한 옷은 여전히 비건인가?”와 같은 질문들이 그것입니다.

순환경제적 관점에서는 리세일이 당연히 비건 패션에도 긍정적 역할을 해야 마땅합니다. 제품의 사용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제조 에너지 소비와 자원 낭비를 줄이고, 폐기물 문제도 완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비건 철학의 기준이 소재 그 자체의 동물성 여부뿐 아니라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려는 ‘의도’에 기반한다면, 이 리세일 개념은 약간의 충돌을 일으킬 여지가 있습니다. 예컨대, 전 주인이 비윤리적 소비자인 경우 그 옷은 여전히 ‘비건’으로 간주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일부 윤리적 소비 연구자들은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상대적 기여’를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중고 비건 아이템이 새로운 동물성 소비를 유도하지 않고, 자원의 순환을 통해 지구 환경에 기여한다면, 그 자체로 윤리적 가치가 있다는 관점입니다. 이는 특히 지속가능성과 비건 철학을 조화롭게 통합하고자 하는 브랜드와 소비자에게 설득력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비건 리세일을 가능케 하는 조건: 소재, 인증, 윤리의 삼중 기준


중고 시장에서 비건 패션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동물성 소재가 아니다”라는 주장만으로는, 브랜드나 소비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리세일 구조를 형성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리세일 시장에서의 비건 아이템은 소재의 식별 가능성, 인증 시스템의 유무, 소비 이력의 투명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지속가능한 리세일 생태계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첫째, 제품이 동물성 소재를 배제했는지를 판별할 수 있는 명확한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제품 라벨, 원단 분석 결과, 브랜드의 비건 인증 유무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소비자가 직접 손으로 만지거나 눈으로 보았을 때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QR코드 기반 정보 제공, 디지털 인증서, 블록체인 기반 추적 시스템 같은 기술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실제로 일부 비건 패션 브랜드들은 이미 공급망 전 과정의 데이터를 디지털화하여 제품에 부착된 코드 하나로 생산부터 유통, 사용자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둘째, 신뢰 가능한 인증 체계가 필수입니다. GOTS(유기농 섬유 기준), PETA Approved Vegan, OEKO-TEX 등 기존 인증 외에도, 리세일 제품에 특화된 ‘세컨드 비건 인증’ 시스템 도입이 논의되어야 합니다. 이는 최초 구매 이후에도 제품이 어떤 환경에서 사용되었는지를 검토하고, 동물 착취 및 화학세척 여부 등 재사용 가능성을 판별하는 추가 인증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셋째, 리세일 시점의 윤리적 판단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비건 패션’은 단지 제품의 본질에 대한 정의를 넘어, 소비자의 실천과 태도까지 아우르는 정체성을 지닌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순 거래 이상의 설명이 동반된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중고 비건 플랫폼 내 소비 이력 공유, 개인 철학 게시 기능, 지속 가능성 점수제 도입 등은 ‘상품’이 아닌 ‘신념이 담긴 제품’으로서의 가치를 전파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중고 플랫폼과 소비자의 인식 변화: ‘비건 리세일’의 새로운 실험


중고 명품, 빈티지 의류, 렌털 패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비건 패션 역시 리세일 플랫폼에서의 정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비건 중고 패션’이라는 개념은 대중적으로 정립되지 않았고, 관련 플랫폼도 매우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비건 패션에 특화된 중고 거래 플랫폼이 등장하거나, 기존 중고 플랫폼에서 ‘비건 필터’ 기능을 도입하는 사례들이 그 예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리세일 플랫폼 ‘ThredUp’은 최근 ‘Earth-Friendly Edit’라는 친환경 제품 필터를 강화하면서, 비건 의류 검색 필터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럽의 'Vestiaire Collective'는 'Animal-Free'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PETA와 협업하여 일부 브랜드 제품에 한해 비건 인증을 병행 표기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완전한 리세일 인프라는 구축되지 않았지만, 시장 초기 단계에서의 실험적 시도는 브랜드와 플랫폼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의미합니다.

소비자 인식 또한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중고 제품 = 위생 문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Z세대는 ‘윤리적이고 합리적인 소비의 상징’으로 중고 제품을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제품의 상태보다 그 안에 담긴 철학과 메시지를 중요하게 여기며, ‘윤리적 유통의 한 방식으로서의 리세일’을 받아들이는 성향이 강합니다. 특히 ‘제로 웨이스트’, ‘슬로 패션’을 중시하는 소비자일수록, 중고 비건 패션을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데 큰 거부감이 없습니다.

결국 비건 패션의 리세일 가능성은 소비자의 인식 변화와 플랫폼의 구조적 전환이 동시에 맞물릴 때 실현될 수 있습니다. 브랜드, 플랫폼, 소비자가 ‘신념과 실천의 연결고리’라는 인식을 공유할 때, 중고 시장은 비건 패션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이 될 것입니다.



순환하는 철학의 완성: 지속가능한 비건 패션의 새로운 미래


비건 패션은 동물의 고통 없는 삶, 환경 보존, 인간의 윤리적 실천이라는 삼중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 ‘순환적 소비’라는 요소가 더해진다면, 비건 패션은 단순한 라이프스타일을 넘어 지속가능한 문화 운동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리세일 시장은 비건 패션이 지닌 철학을 더 넓은 범위로 확장시키는 통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비건 패션은 생산 → 유통 → 소비 → 폐기라는 선형적 구조를 탈피하고, 생산 → 사용 → 공유 → 재사용 → 재생산이라는 순환적 흐름을 갖춘 새로운 유통 모델로 전환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와 플랫폼이 함께 협력해 재고 리퍼비시(refurbish), 소재 회수, 소비자와의 계약형 반납 시스템 등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교육과 인식 개선 역시 중요합니다. “비건 리세일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단순한 ‘예/아니요’의 답이 아닌, 철학적·실천적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문화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온라인 마켓뿐 아니라, 지역 중심의 비건 리사이클 장터, 비건 커뮤니티 중심의 재판매 행사, 업사이클링 워크숍 등은 브랜드와 소비자, 사회가 함께 진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중고 비건 패션은 단지 ‘중고’라는 경제적 접근을 넘어서, 비건 패션이 추구하는 철학의 순환적 완성을 이끌어내는 실험이자 실천입니다. 이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선 업계의 기술적 준비와 윤리적 감수성,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질문은 언제나 같습니다. “이 소비는 누구에게 이롭고, 무엇을 남기는가?”

 

비건 패션의 리세일 시장 가능성: 중고 비건 아이템은 가능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