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선언’은 단순한 유행이 아닙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패션 산업에서는 ‘비건 선언’이라는 용어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한두 제품 라인에서 동물성 소재를 제외하겠다는 뜻을 넘어, 브랜드 운영 철학 전체에 변화를 예고하는 중요한 신호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대형 브랜드들이 비건 패션에 뛰어드는 이유는 단지 환경 보호나 동물 복지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새로운 세대 소비자와 연결되고, 산업의 미래 구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적 판단에 가깝습니다.
구찌(Gucci)의 모피 중단 선언, 브랜드 이미지의 전환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2017년 공식적으로 모피 사용 중단(Fur Free)을 선언하며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구찌는 “잔인함은 더 이상 패션이 아니다”라는 발언과 함께,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흐름에 동참할 것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이 선언 이후 구찌는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제품 소재를 재활용 나일론, 친환경 합성섬유 등으로 확장해 나갔으며, 젊은 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샤넬(Chanel)의 ‘이례적 선언’, 이그조틱 스킨 금지로 나아가다
샤넬은 2018년부터 악어, 도마뱀, 뱀 등 이그조틱 스킨(exotic skin)의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결정은 내부에서조차 놀라움을 자아낼 만큼 급진적이었으며, 샤넬은 “윤리적으로 확보할 수 없는 소재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선언했습니다.
그 결과 샤넬은 고급 소재의 대체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일부는 재활용 플라스틱, 바이오 기반 섬유로 실험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가 ‘희귀함’을 내려놓고 ‘윤리적 선택’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 선언은 상징적 의미를 갖습니다.
에르메스(Hermès), Mylo와의 협업으로 ‘버섯 가죽’ 실험
2021년, 에르메스는 버섯 유래 소재 기업 ‘Bolt Threads’와의 협업을 발표하며, 자사 대표 제품 중 하나인 ‘Victoria’ 가방을 Mylo 소재로 재해석하는 실험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전통 가죽의 상징이던 에르메스가 생물 기반 비건 가죽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버섯 가죽은 생분해성과 경량성, 내구성까지 갖춘 첨단 소재로 평가받으며, 향후 명품 브랜드에서의 대체재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기후 정치’ 선언
발렌시아가는 제품보다 메시지를 강조하는 ‘컨셉 기반 패션’을 선도하며 비건 선언의 상징적 브랜드 중 하나로 부상했습니다.
2021년 런던 컬렉션에서 발렌시아가는 기후위기와 동물권 이슈를 주제로 한 패션쇼를 진행하며, 일부 라인에서 동물성 소재 사용을 중단하고 식물성 원단을 도입했습니다.
브랜드 측은 “패션은 이제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매체이며, 우리의 옷은 선언이다”라고 밝히며, 단순한 소재 전환이 아닌 의미 중심 패션의 새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H&M의 ‘Conscious Exclusive’ 라인, 비건 패션을 대중화하다
대형 패스트패션 기업 H&M도 ‘Conscious Exclusive’라는 비건 및 지속 가능 라인을 운영하며 변화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 라인에서는 파인애플 섬유, 재활용 폴리에스터, 커피 찌꺼기 가공 섬유 등 비건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제품마다 환경 기여도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그린워싱 우려도 제기되지만, 글로벌 유통망을 가진 브랜드가 비건 패션의 대중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급력은 크다고 평가됩니다.
Nike와 Adidas, 스포츠 브랜드의 윤리적 진화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각각 비건 스니커즈 라인을 출시하며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소비를 결합한 스포츠 브랜드 모델을 확장 중입니다.
아디다스는 ‘Stan Smith Mylo’를 통해 버섯 가죽 기반 스니커즈를 공개했고, 나이키는 동물성 글루와 가죽을 배제한 비건 운동화를 일부 출시하며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대형 스포츠 브랜드의 움직임은 비건 패션이 단지 럭셔리 분야의 흐름이 아니라, 실용성과 기능성을 아우르는 산업 전반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술적 전환, 소재 과학과 브랜드 철학의 만남
대형 브랜드들이 비건 선언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첨단 소재 기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많은 기업들은 자체 연구소를 통해 바이오 기반 원단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Bolt Threads, MycoWorks, Natural Fiber Welding 등 기술 스타트업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소재 대체를 넘어, 브랜드 철학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구축하는 전략적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건 선언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기준은 ‘투명성’입니다
비건 패션을 선언한 브랜드가 실제로 이를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투명성입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ESG 보고서, 소재 인증서, 생산 공정 정보까지 적극적으로 확인하며 브랜드의 진정성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비건’을 단지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브랜드 신뢰를 갉아먹는 부메랑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진정성 있는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 간 윤리적 격차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비건 선언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전략입니다
이제 비건 선언은 몇몇 브랜드의 실험적 시도가 아닙니다.
이는 전통적 패션 산업이 새로운 소비자, 새로운 가치 체계, 새로운 자원 구조에 적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택해야 하는 전략이 되었습니다.
세대 교체가 가속화되고, 가치 기반 소비가 중심에 선 지금, 브랜드의 윤리적 선택은 단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패션계에서 비건 선언은 더욱 확산될 것이며, 그것이 브랜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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