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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패션

바이오 기반 섬유는 친환경일까? 비건 패션에서의 논란

by global-ad 2025. 4. 22.

바이오 기반 섬유, 비건 패션의 해답인가?


비건 패션 산업은 동물성 소재를 배제하는 윤리적 가치와 함께 환경 지속 가능성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와 맞물려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이 바로 ‘바이오 기반 섬유(Bio-based Fiber)’입니다. 이는 식물, 곰팡이, 해조류, 미생물 등 자연 유래 성분으로 제조되는 섬유를 말하며, 기존 합성섬유나 동물성 섬유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완벽한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바이오 기반 섬유는 원료의 유래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경우 친환경처럼 보일 수 있으나, 생산 과정, 폐기 방식, 화학적 처리 유무, 탄소 발자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에는 오히려 논란의 여지를 남기기도 합니다. 특히 비건 패션이라는 프레임 안에서는 "윤리적이지만 정말 친환경적인가?"라는 질문이 점점 더 자주 제기되고 있습니다.


바이오 기반 섬유의 종류와 제조 방식


현재 시장에 유통 중인 바이오 기반 섬유는 셀룰로오스계(리오셀, 모달 등), 미생물 기반(균사체, 박테리아 셀룰로오스), 농업 폐기물 활용(파인애플, 바나나 줄기), 해양 유래(해조류 기반 알지네이트 섬유) 등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리오셀(Lyocell)은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를 이용하며, 생산 공정에서 사용되는 NMMO(비독성 용매)가 회수되어 재사용될 수 있어 ‘친환경 섬유’로 포지셔닝돼 왔습니다.

하지만 리오셀조차도 산림 훼손 이슈나 과도한 단일 작물 재배로 인한 생물다양성 저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제조된다고 하더라도, 어디서 추출됐는지, 어떤 방식으로 농업이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환경적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히 ‘바이오 기반’이라는 이유만으로 친환경이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비건”과 “친환경”은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비건 패션은 동물성 자원을 배제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는 윤리적 소비의 일환입니다. 반면 ‘친환경’은 탄소 배출 최소화, 수질 오염 방지, 자원 순환성, 생태계 보전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이 둘은 겹치는 지점이 있지만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비건 인조 가죽(Vegan Leather)이 동물 가죽을 대체하더라도 합성수지(PU, PVC) 기반일 경우 마이크로플라스틱을 유발하거나, 분해가 어렵기 때문에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바이오 기반 섬유 역시, 동물성 성분을 포함하지 않으면서 친환경 공정을 강조하지만 모든 제품이 이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건’이라는 라벨만 보고 환경적으로도 안전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는 패션 산업의 마케팅 관행과 그린워싱의 교묘한 교차점이기도 합니다.

바이오 기반 섬유는 친환경일까? 비건 패션에서의 논란


생분해성과 친환경성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많은 바이오 기반 섬유는 ‘생분해성(Biodegradable)’이라는 장점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생분해성은 조건이 만족될 때만 작동하는 특성입니다. 예를 들어, 산업용 퇴비화 시설에서 60도 이상의 온도와 적정 습도, 미생물 환경이 조성되어야 비로소 분해가 이루어집니다. 이는 일반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분해될 것’이라는 오해를 낳을 수 있습니다.

또한 생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예: 메탄가스)은 처리 시스템이 미비한 국가에서는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 단지 자연 유래라는 이유로 무조건 친환경이라 주장하기엔, 그 조건과 환경, 폐기 인프라의 정비 여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바이오 섬유 생산이 가진 자원 문제: 식량과의 경쟁


식물 기반 섬유의 대규모 상용화는 '식량 자원과의 경쟁’이라는 문제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옥수수 기반 바이오플라스틱(PLA)은 원료 확보를 위해 대규모 농지 사용이 필수적이며, 이는 기존 식량 작물의 재배 면적을 잠식하거나, 새로운 삼림 파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바이오 기반 섬유의 산업화가 본격화될 경우 화학 비료 및 농약 사용 증가, 토양 유실, 지하수 고갈 같은 농업의 환경 부담이 이중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측면은 언론이나 브랜드 캠페인에서 잘 다뤄지지 않지만, 학계 및 NGO에서는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이 이러한 재배 기반지가 되고 있다는 점은 기후 불평등과 윤리적 소비의 역설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바이오 기반 섬유의 공정상 화학적 부담


비건 섬유 대부분은 천연 유래 성분이긴 하지만, 이를 상업용 텍스타일 수준으로 강화하기 위해 화학 처리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내구성, 방수성, 항균성 등을 부여하기 위해 PFAS(영구화학물질), 형광증백제, 염색 안정화제 등이 사용되며, 이는 폐수 문제를 유발하거나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일부 스타트업은 천연 원료와 함께 유기용매나 생물학적 전처리 기술을 도입해 화학 처리량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업화 단계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우선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친환경 원칙이 희생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바이오 기반’이라는 출발점만으로는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소비자의 혼란과 라벨링 문제


바이오 기반 섬유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많은 경우, 소비자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제품에 부착된 ‘비건 인증’, ‘친환경’, ‘생분해성’ 등의 라벨이 표준화되지 않거나 상호 충돌할 때, 소비자는 진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한 제품이 비건 인증은 받았지만 미세플라스틱 방출량이 많다면, 실제 환경에는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조공정별 탄소 배출량 공개, 처리 방법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정부 주도의 섬유 인증 통합 시스템 도입이 절실합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제품별 LCA(Life Cycle Assessment)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에서도 조속히 도입이 필요합니다.



진정한 친환경을 위한 패션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바이오 기반 섬유는 분명 기존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환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체가 완전한 해결책이 되기 위해서는 생산, 유통, 소비, 폐기까지 전 주기를 고려한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공급망의 투명성, 지역 생산 체계 구축, 폐기 시스템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제는 ‘바이오 기반’이라는 용어 자체보다, 그 소재가 어떤 영향을 남기고, 어떤 구조 안에서 사용되는지를 따져봐야 할 시점입니다. 소비자 역시 브랜드의 홍보에 의존하기보다 정보에 기반한 비판적 소비를 실천해야 하며, 정책적으로도 ‘친환경’이라는 개념을 실질적 데이터와 과학으로 뒷받침하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건 패션이 진정한 의미의 지속 가능성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