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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패션

비건 패션과 패션 교육 커리큘럼의 변화: 대학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by global-ad 2025. 5. 10.

지속가능성을 향한 패션 교육의 대전환


패션 산업은 오랫동안 창의성과 소비를 중심으로 발전해왔지만, 기후위기와 동물권 보호, 인권 이슈가 심화되면서 교육 현장에도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금 가르치고 있는 이 패션 교육은 미래 사회에 유효한가?”라는 물음은 이제 교육자와 학습자 모두의 공통된 고민이 되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비건 패션은 단순한 디자인 트렌드를 넘어, 패션 교육 커리큘럼 전반에 윤리적 감수성과 지속가능한 시스템 사고를 통합하는 매개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동물성 원단을 당연하게 가르쳐온 교육 시스템은, 이제 ‘소재 선택의 윤리성’, ‘공급망의 투명성’, ‘대체 원단의 과학’ 등을 함께 교육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입니다.

그 결과, 국내외 주요 패션대학들은 비건 패션을 커리큘럼에 통합하거나, 이를 중심으로 한 전공 트랙을 신설하며 교육의 패러다임을 재편성하고 있습니다.


비건 패션, 패션 전공 교육과정의 중심으로 부상하다


패션 교육에서 ‘비건’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원단 선택의 문제를 넘어서, 윤리적 사고와 시스템 디자인 전반에 대한 재교육을 요구합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비건 패션을 단일 과목이 아닌 통합적 교육모듈로 설계하는 추세입니다.

영국의 런던컬리지오브패션(LCF)는 2023년부터 ‘Sustainable and Vegan Fashion Design’이라는 전공 트랙을 운영 중이며, 여기에는 윤리소재학, 비건 컬렉션 기획, 동물권 문화사, 지속가능한 브랜드 비즈니스 전략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은 매년 정원의 2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릴 만큼 수요가 높으며, 비건 윤리+패션 기술+사회 영향 분석이라는 3축 통합 교육을 제공합니다.

한국에서도 서울패션직업전문학교, 홍익대학교 섬유미술과, 경기대학교 패션비즈니스과 등이 ‘지속가능한 디자인’, ‘대체소재 실험’, ‘비건 패션 워크숍’ 등을 포함한 신규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있으며, 실제 현업에서 활동 중인 윤리 패션 브랜드 대표들을 겸임교수로 초빙해 현장 중심 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교육방식의 전환: 기술보다 먼저 윤리를 가르치다


패션 교육에서 비건 패션이 의미 있는 전환점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이것이 단순한 기술적 대체가 아닌 ‘사고방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교육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재봉, 직물학, 스타일링 등 기능 위주의 훈련이 중심이었다면, 비건 패션은 여기에 철학적·사회적 판단 능력을 결합한 입체적 학습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파슨스 디자인스쿨은 비건 패션 수업에서 ‘왜 가죽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수업을 시작합니다. 이후 학생들은 해당 질문에 대해 동물권 보고서 분석, 대체 소재 실험, 브랜드 윤리 기준 비교, 소비자 설문 설계 등을 수행하며, 하나의 옷을 제작하는 과정을 철학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합니다.

이와 같은 교육은 학생들이 패션 디자이너를 넘어서 ‘윤리적 기획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기제로 작용하며, 이는 최근 기업이 디자이너 채용 시 ‘가치지향적 문제 해결 능력’을 중요하게 보는 채용 트렌드와도 맞물립니다.

비건 패션과 패션 교육 커리큘럼의 변화: 대학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비건 패션 커리큘럼의 국내외 비교: 변화 속도와 방향성의 차이


전 세계적으로 비건 패션 교육은 활발히 확산되고 있으나, 도입 속도와 방향성에서는 지역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럽과 북미는 윤리 소비 문화와 시민운동이 일찍이 뿌리내린 만큼, 대학의 대응도 빠르고 구조적입니다. 반면 한국과 아시아권은 실용성과 상업성에 집중한 기존 교육 체계의 관성으로 인해 점진적 변화가 진행 중입니다.

유럽은 ‘법제화’와 ‘커뮤니티 연계’를 적극 활용합니다. 독일 베를린예술대학교(UDK)는 환경부와 연계한 비건 섬유 실험 프로젝트를 커리큘럼에 통합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지역 NGO, 지속가능 브랜드, 윤리 인증 기관과 공동 작업을 수행합니다. 프랑스 IFM(Institut Français de la Mode)은 2022년부터 ‘Ethical Design Studio’를 운영하며, 전공과 무관하게 비건 중심의 사회참여형 프로젝트를 의무 수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최근 들어 융합 전공, 비교과 워크숍, 단기 실무 프로젝트 등의 형식으로 비건 교육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으나, 정규 커리큘럼으로의 전환은 아직 제한적입니다. 다만 청강문화산업대, 경희대, 국민대 등이 산학연계형 비건 패션 수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수업 내에 탄소 발자국 계산, 비건 원단 실험, 제품 수명주기 분석(LCA)을 포함한 정량적 윤리 평가 모델을 적극 반영하고 있습니다.


실습 수업과 캡스톤 디자인의 재구성: 체험에서 실천으로


비건 패션이 대학 커리큘럼에 실질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론을 넘어선 실습 수업의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졸업작품으로 이어지는 캡스톤 디자인(Capstone Design) 수업에서 ‘윤리적 브리프(brief)’가 도입되는 추세는 주목할 만합니다.

기존에는 미적 표현력과 시장성 중심의 과제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다음과 같은 실무적 과제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동물성 원단을 배제한 가을/겨울 캐주얼 라인 기획”
“공정무역 인증 섬유로 구성된 브랜드 라인 기획안 제시”
“소비자 대상 비건 원단 착용감 실험 후 설문 분석 및 보고서 작성”

미국 Savannah College of Art and Design(SCAD)는 졸업 필수 과제로 ‘Ethical Material Challenge’를 도입해, 학생들이 실제 비건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상품 개발과 프로토타입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상명대학교 패션디자인과는 캡스톤 과정에서 윤리 섬유 브랜드와 협업한 재생 원단 활용 디자인 프로젝트를 정례화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단순 실습에서 가치 중심 실천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비건 패션을 교육 내에서 ‘살아있는 문제해결 훈련’으로 승화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비건 브랜드와 대학의 산학협력: 교육을 시장과 연결하다


비건 패션 커리큘럼의 현장 정착에는 패션 산업 내 실제 브랜드와의 긴밀한 산학협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대학에 실무형 과제를 제공하고, 학생은 브랜드의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학습과 직무 연계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비건 브랜드 STELLA McCARTNEY는 매년 런던예술대(London Arts University)와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해, 학생들이 실제 시즌 기획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부 우수 학생은 인턴십 및 채용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H&M Conscious, People Tree, Ecoalf와 같은 브랜드들은 유럽 대학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비건 라벨 공동개발’, ‘대체섬유 테스트베드 공유’ 등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비건타이거(VEGAN TIGER), 플랜트웨어(Plantwear), 엘엔코(El&Co) 등 윤리적 브랜드가 대학생 대상 디자인 공모전과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이는 교육 과정 내 실제 브랜드 접점을 만들어주는 실용적 모델입니다.

이러한 협업은 단순 취업 기회를 넘어서, 학생이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을 체득하는 중요한 교육 환경으로 기능하며, 비건 패션 교육의 정착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습니다.


비건 패션 교육을 위한 교수진의 재구성과 전문성 확보


비건 패션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윤리적 감수성과 기술 이해를 동시에 갖춘 교수진 구성이 필수적입니다. 전통적 섬유·패션 교육은 소재학이나 디자인 이론 위주였으나, 이제는 동물권, 환경공학, 생물기반 소재학, 사회학, 브랜드 윤리 등 다학제적 역량을 갖춘 전문가 그룹이 필요합니다.

영국 UAL(University of the Arts London)은 비건 패션 전공 과정 신설에 따라 생태학자, 윤리경영 연구자, 사회운동가, 지속가능한 소재 스타트업 창업자 등을 겸임교수로 초빙했으며, 전공 학생의 연구 범위를 기존보다 크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도 친환경 인증 전문가, 탄소 회계사 등 새로운 강사진을 영입해 교육과 산업 간의 연결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서울대학교 섬유소재공학과,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등에서 ESG와 소재공학을 연결한 석·박사 과정이 개설되고 있으며, 이들은 비건 패션 전공 교육자 양성의 저변을 넓히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와 협력하여 K-에코디자인 교육 인증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며, 이는 향후 윤리적 교수 인력의 질적 수준을 제도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비건 패션 교육의 사회적 확산: 대학 밖에서의 영향력


비건 패션 교육은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사회 전체의 윤리적 소비 인식을 바꾸는 촉진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비건 패션을 배우고, 이를 SNS, 블로그, 커뮤니티 플랫폼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확산시키면서 ‘소비자 운동’과 ‘브랜드 감시’로 이어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내 한 대학의 비건 패션 연구회는 ‘동물 없는 캠퍼스 캠페인’을 통해 학교 기념품, 유니폼, 동아리 단체복의 비건 인증 전환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였고, 이 결과 일부 물품이 친환경 재생 소재로 변경되는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이는 교육이 ‘학문’에 머무르지 않고, 생활의 변화를 유도하는 실천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또한 대학 내 윤리 패션 콘텐츠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인기 콘텐츠로 재생산되며, 비전공자들에게도 비건 패션의 이해도를 높이는 공공 교육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비건 패션이 패션 소비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의식 변화까지도 견인할 수 있는 힘을 지닌 교육 콘텐츠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비건 패션 교육의 미래: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의 중심으로


결론적으로, 비건 패션은 단지 한 분야의 교육 혁신이 아닙니다. 이는 윤리, 창의성, 기술, 생태, 문화가 결합된 새로운 고등교육 패러다임의 중심축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패션 교육이 단지 디자이너 양성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문제 해결자, 지속가능한 기술 기획자, 윤리적 브랜드 기획자 등을 양성하는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교육적 의미를 가집니다.

앞으로 비건 패션 커리큘럼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상 피팅 및 AI 기반 소재 추천 시스템을 통한 실습 고도화
-블록체인 기반 소재 유통 이력 추적 훈련
-국제 비건 인증과 ESG 연계 프로젝트 수행 필수화
-디자인+공학+사회학이 통합된 융합 학위제도 운영

또한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비건 패션 교육을 키워나가는 ‘지속가능한 교육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며, 이는 한국이 글로벌 윤리 패션 교육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결국 비건 패션 교육은 한 시대의 흐름을 읽고,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나은 소비와 더 나은 삶의 기준을 창출하는 교육적 모험이자 실천입니다. 대학은 지금 그 변화의 전면에 서 있고, 이 교육의 방향이 한국 패션 산업의 미래, 더 나아가 윤리적 삶을 살아갈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