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건패션

패션 산업 내 비건 인증제도의 현황과 필요성

by global-ad 2025. 4. 15.

윤리적 소비의 부상, 비건 인증의 패션 산업 진입


지속 가능한 소비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건 인증’은 이제 식품을 넘어 화장품, 생활용품, 그리고 패션 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동물복지와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가죽·모피·울 등 동물성 소재를 배제한 ‘비건 패션’이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 비건 패션 제품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인증 제도는 아직 확실히 자리잡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시장 내 혼란과 소비자 불신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식품·화장품과 달리 패션은 ‘인증 사각지대’


식품 업계에는 ‘한국비건인증원(KVCS)’,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Vegan Society)’, ‘V-Label’ 등 여러 인증 기관이 존재하며, 제품에 비건 마크를 부착해 소비자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화장품 역시 ‘PETA’, ‘크루얼티 프리 인터내셔널’ 등의 인증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패션 산업 내에서는 이와 같은 체계적 인증 시스템이 매우 부족합니다. 특히 가방, 신발, 의류 등의 제품에서 ‘비건’이라는 단어는 자주 사용되지만, 실제로 그 의미와 기준은 브랜드마다 제각각입니다. 이는 비건 인증제도가 패션 산업에선 아직 체계화되지 않았음을 방증합니다.

 

인증 부재로 인한 소비자 혼란과 불신


비건 인증제도가 미비한 탓에, 브랜드들은 ‘비건 스타일’, ‘에코 가죽’, ‘크루얼티 프리’ 등 마케팅 용어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는 실제로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거나, 환경 유해성이 높은 인조 가죽(PU, PVC)을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워싱(washing)’ 현상은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신뢰 상실과 전체 비건 패션 산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시장 성장의 큰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패션 산업 내 비건 인증제도의 현황과 필요성

해외 주요 국가의 패션 비건 인증 현황


영국의 ‘비건 소사이어티’는 의류와 액세서리에 대해서도 인증 기준을 제공하며, ‘PETA Approved Vegan’은 패션 브랜드와 제품 단위 인증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V-Label’은 의류 제작에 사용된 접착제, 염료, 장식 부자재까지 분석하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합니다.

 

미국에서는 ‘Certified Vegan’ 인증이 일부 패션 브랜드에 도입되고 있으며,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섬유제품의 지속 가능성 표기 의무화를 논의 중입니다. 이처럼 국제사회는 비건 패션의 기준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한국 패션 산업 내 비건 인증 실태


한국은 아직 패션 영역에서 독립적인 비건 인증 기준이나 정부 차원의 관리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일부 브랜드가 자율적으로 해외 인증을 도입하거나, 자체 기준을 세워 ‘비건’ 임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 기준의 신뢰성과 일관성은 소비자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동물 가죽이 아닌 PU 레더를 사용하고 ‘비건 가방’이라 홍보하는 사례가 많지만, 생산 과정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비건 인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국내 인증 기준 정립의 필요성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브랜드 입장, 인증 없이는 마케팅도 리스크가 된다


브랜드에게 비건 인증은 단순히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수단을 넘어, 법적·윤리적 책임 회피를 위한 방패가 되기도 합니다. 인증이 없을 경우, 잘못된 정보 전달이나 과장된 마케팅으로 인한 논란이 발생했을 때 명확히 소명하기 어렵고,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특히 SNS를 중심으로 ‘비건 워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브랜드가 자발적으로 기준을 마련하고 검증받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미래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됩니다. 이는 중소 패션 스타트업에게도 필수적인 ‘신뢰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인증 도입의 효과, 소비자 보호와 산업 신뢰 동시 확보


패션 산업 내 비건 인증이 체계화된다면, 소비자들은 더 이상 정보의 진위를 개별적으로 확인할 필요 없이 인증 마크 하나로 신뢰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소비자의 피로도를 줄이고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동시에 브랜드 간 기준의 일관성이 생기면서 시장 내 가격 경쟁이 아닌 가치 경쟁 중심의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특히 ESG 경영의 일환으로 비건 패션을 채택하려는 대기업이나 유통사에게도, 인증 기준은 공급망 투명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인증 기준에 포함되어야 할 핵심 항목들


패션용 비건 인증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원료’, ‘생산공정’, ‘폐기성’, ‘포장재’, ‘노동조건’까지 포괄하는 다층적 기준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가죽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접착제, 안감, 장식 부자재에도 동물 유래 성분이 포함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생산 과정에서의 유해 화학물질 사용 여부, 재활용 가능 여부, 비동물 실험 염료 사용 유무, 비닐 포장제 사용 최소화 등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는 단순 인증이 아닌, 윤리적 구조를 진단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패션 비건 인증, ESG 경영 시대의 필수 조건


글로벌 기업들은 ESG 경영의 일환으로 자사 제품의 ‘환경 발자국’을 측정하고, 공급망의 투명성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건 인증은 ‘E(Environment)’와 ‘S(Social)’에 모두 기여할 수 있는 강력한 지표로 작용합니다. 예컨대 공급업체가 비건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면, 브랜드는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원재료 사용’, ‘동물복지 실천’, ‘친환경 공정’이라는 항목을 보다 명확히 보고할 수 있습니다.

 

결국 패션 기업이 ESG를 실질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선, 공신력 있는 인증과 외부 평가 기준의 도입이 필수적입니다.

 

인증기관과 정부의 역할


비건 패션 인증 제도의 도입은 민간 기관의 자율적 기준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는 산업표준화, 제도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며, ‘KS 비건 패션 인증 기준’과 같은 국가 인증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관련 산업 성장 촉진, 수출 시 인증 요건 대응, 국내외 기업 간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특히 인증과정의 표준화, 심사 체계의 객관성, 사후 관리 시스템을 정비해야만 신뢰받는 인증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중소 브랜드의 접근성을 고려한 제도 설계 필요


비건 패션 인증이 단지 일부 대기업만 접근 가능한 고비용 시스템으로 작동할 경우, 시장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창업 초기 단계의 비건 브랜드, 1인 쇼핑몰, 소셜 브랜드 등은 인증비용과 절차가 부담스러워 접근 자체가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인증기관은 중소기업을 위한 저비용 인증 모델, 온라인 심사 절차 간소화, 단계별 인증 시스템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접근성과 형평성을 갖춘 인증 시스템은 시장의 다양성과 혁신성을 지키는 중요한 기제가 됩니다.

 

비건 인증은 패션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여는 열쇠


지금까지 비건 패션은 브랜드의 자발성과 철학에 의해 성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고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는 만큼, ‘무엇이 진짜 비건인가’를 가릴 수 있는 제도적 기준과 신뢰 기반이 반드시 필요해졌습니다. 비건 인증은 단순히 마크 하나가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을 숫자와 기준으로 증명하는 방식입니다.

 

이제는 정부, 인증기관, 기업,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공정하고 투명한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패션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비건 인증이라는 시스템적 열쇠를 통해 실현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