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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패션

재활용 소재와 비건 패션

by global-ad 2025. 4. 17.

페트병이 패션이 되는 시대가 오다


한때 ‘쓰레기’로 취급되던 페트병이 이제는 패션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의류에 활용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최근에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적극적으로 리사이클 PET(폴리에스터) 섬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건 패션 브랜드들은 동물성 소재를 대체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자원 순환을 실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재활용 소재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페트병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패션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입니다.

 

재활용 PET 섬유란 무엇인가


재활용 PET 섬유는 사용된 페트병을 수거해 세척, 분쇄, 용융, 재생 방사 등의 과정을 거쳐 다시 실로 만든 원단입니다. 일반적으로 rPET(recycled PET)라고 불리며, 겉보기에는 일반 폴리에스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과 물 소비량이 현저히 낮습니다. PET는 원래 석유에서 파생된 플라스틱이지만, 재활용을 통해 다시 섬유로 전환함으로써 원자재 생산에 따른 환경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비건 패션과 강력한 접점을 형성합니다.

 

페트병 섬유의 비건 패션적 가치


비건 패션은 단지 동물성 소재를 배제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윤리적 가치와 환경 보호를 핵심으로 삼고 있으며, 생산 전 과정에서의 지속 가능성을 추구합니다. 이 관점에서 재활용 PET 섬유는 비건 패션의 철학을 구체화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입니다. 동물 학대 없는 생산, 환경 영향을 최소화한 자원 활용, 그리고 최종 제품의 생분해성 혹은 재순환 가능성까지 고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브랜드는 rPET 사용률을 명확히 표시하거나, 제품 라벨에 ‘페트병 X개로 만든 의류’와 같은 메시지를 추가해 소비자 인식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친환경적인가? rPET에 대한 과학적 평가


물론 모든 재활용이 무조건 친환경적인 것은 아닙니다. 재활용 PET 섬유의 경우, 물리적 재활용 방식(세척→압출)과 화학적 재활용 방식(해중합→재중합) 중 어떤 공정을 거쳤느냐에 따라 환경적 성과가 달라집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물리적 재활용은 에너지 소비가 적고, CO₂ 배출량을 30~50%까지 줄일 수 있지만, 반복 사용 시 품질 저하 문제가 존재합니다.

 

화학적 재활용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지만 비용과 에너지 사용량이 많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재활용의 친환경성은 전 과정 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를 통해 판단되어야 합니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적용 사례


국제적으로는 이미 수많은 브랜드가 재활용 PET 섬유를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초창기부터 rPET를 사용한 아우터를 개발했고, ‘아디다스’는 해양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Parley 라인’을 통해 2024년까지 전체 제품의 90%를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외에도 ‘스텔라 매카트니’, ‘에버레인’, ‘하이라이트 랩’ 등 윤리적 브랜드들은 재활용 소재의 투명한 공급망을 강조하며, 소비자와의 신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의 도입 현황과 한계


한국에서도 ‘플리츠마마’, ‘코오롱 FnC RE:CODE’, ‘삼성물산 빈폴 그린프로젝트’ 등에서 rPET 소재를 활용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고품질 rPET 원단의 자급률이 낮고, 다국적 소재업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일부 브랜드는 단순히 ‘페트병을 활용했다’는 사실만 강조하며, 재활용 비율이나 전체 공급망의 투명성은 충분히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 불신의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국내 비건 패션 생태계가 재활용 소재를 신뢰 자산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인증 체계와 정보 제공이 필요합니다.

 

패션 산업의 환경 문제와 rPET의 역할


패션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하며, 매년 9200억 리터의 물을 소비하는 산업입니다. 특히 원단 생산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소모하며, 미세 플라스틱 배출 문제까지 야기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바로 ‘재활용 기반의 섬유 생산’입니다. rPET 섬유는 기존의 버려질 플라스틱을 다시 순환 구조에 편입시킴으로써 패션 산업의 환경 부담을 감소시키는 핵심 열쇠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재활용 소재도 ‘비건’ 인증이 필요한가?


rPET는 비동물성 소재이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당연히 비건이라 여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비건 인증기관에서는 소재뿐 아니라 생산 공정, 화학약품 사용 여부, 접착제나 부자재까지 평가하기 때문에 무조건 ‘비건’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일부 재활용 공정에서 동물성 지방이 포함된 윤활제가 사용될 수 있으며, 이런 요소는 인증에서 제외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건 패션 브랜드가 rPET를 사용할 때에도 반드시 관련 인증 및 공정 투명성 확보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재활용 소재와 비건 패션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편견과 실험적 설득


일부 소비자는 여전히 재활용 소재가 ‘중고’, ‘낡은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으며, 품질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브랜드는 신뢰성 있는 소재 실험 결과, 내구성 비교 테스트, 장기 착용 후기 등을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기능성 아웃도어 제품군에서는 rPET 원단의 내수성, 방풍력, UV 차단력 등이 입증되고 있어, 품질에 대한 우려를 실증 데이터로 설득하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비건 패션, 소비자 인식 변화와 교육의 필요성


MZ세대를 중심으로 ‘윤리적 소비’, ‘가치소비’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제품에 사용된 소재의 이력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재활용 = 친환경 = 비건’이라는 단순화된 인식도 함께 확산되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이를 기회로 삼아 rPET의 장점뿐 아니라 한계까지도 투명하게 설명하며, 소비자와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패키지나 홈페이지에 “이 제품은 rPET를 몇 % 사용했으며, 탄소 배출량을 얼마나 줄였는지” 구체적으로 표기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기술적 진화 rPET의 새로운 가능성


최근에는 PET 병만이 아니라 산업용 폐섬유, 해양 폐기물, 커피 찌꺼기, 어망 등도 함께 혼합 재활용하는 복합섬유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또한 rPET 섬유를 생분해가 가능한 구조로 개량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으며, 바이오 기반 코팅 기술을 활용한 방수 기능 강화 등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재활용 소재는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미래형 기능성 섬유로 진화하고 있으며, 비건 패션은 이를 실험하고 확산시키는 실험실이 되고 있습니다.

 

재활용 패션의 한계와 지속 가능한 방향성


물론 재활용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PET 섬유는 결국 합성섬유이기에, 미세 플라스틱 배출 문제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합니다. 또한 반복 재활용의 한계로 인해 품질이 점차 저하되는 ‘다운사이클링’ 문제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비건 패션은 단기적으로 rPET를 활용하되, 장기적으로는 생분해성 소재, 바이오 기반 섬유, 지역 특산 천연섬유 등과의 혼합 전략을 모색해야 합니다.

 

정책과 인증 제도의 역할 확대 필요


현재 한국에서는 rPET 원단에 대한 명확한 표준화나 공신력 있는 인증 제도가 미비합니다. 일부 브랜드는 해외 인증기관의 로고를 활용하거나, 자체 기준으로 재활용 여부를 설명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rPET 원단의 재활용률, 유해물질 미포함 여부, 비건 공정 준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인증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쓰레기를 가치로 바꾸는 기술, 철학, 그리고 미래


페트병에서 옷까지의 여정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소비자와 브랜드가 함께 만들어가는 윤리적 패션 문화의 상징입니다. 비건 패션은 더 이상 ‘가죽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닌, ‘더 나은 방식으로 자원을 사용하는 것’의 결정체가 되었습니다.

 

rPET는 그 중간 지점에 서 있으며, 우리가 쓰레기를 버리는 방식, 옷을 고르는 방식, 브랜드를 응원하는 방식 모두를 새롭게 바꾸고 있습니다. 이 작은 병 하나가 옷이 되고, 옷이 다시 세상을 바꾸는 그날까지, 재활용 섬유는 비건 패션의 혁신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